하루 두세 번 밥 도장을 꼭꼭 찍고 가는 길냥이 서리가 오늘 아침엔 지각을 했다. 무슨 바쁜 일이 있었는지 뒤늦게 와서 밥을 달라고 냐옹냐옹 한다. 알았써~ 알았써~ 하고 사료를 한 그릇 내어주니 맛있게 먹는다. 먹다가 잠시 내 발목에 목덜미를 몇 번 비벼주고는 다시 앙앙 소리를 내며 우적우적 먹는다. 서리는 ..
서리는 항상 바쁘다. 마치 폭풍 성장 중인 직장에라도 다니는 것 같다. 잠은 어디서 자는지 모르겠다. 골짝 여기저기서 바쁜 걸음으로 돌아다니는 서리가 수시로 목격되는데, 우리 집에 하루 두세 번 오는 것은 마치 구내식당에 밥 먹으러 오는 것 같다. 엄천 골짝에 거주하는 모든 암고양이의 임신과 출산에 관여하..
지난봄이었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고양이를 보았다. 저녁 먹고 아내랑 산책 중이었는데 고개 넘어 강둑길을 지나 다시 마을로 헐떡거리며 올라오던 참이었다. 근데 얼핏 보니 그 어린 고양이가 조그만 쥐를 물고 있었다. “아~ 신기하다~ 저 어린 것이 쥐를 잡았네~” 아직 젖을 먹어야 ..
지난겨울 곶감 숙성용 하우스 한 귀퉁이에 천만가지의 묻지마 망한 곶감이 쌓여 있었다. 곶감을 만들다보면 다양한 형태의 못난이가 이쁜이 속에 숨어 있다가 포장단계에서 적발되는데 이 못난 곶감은 눈에 보이는 대로 따로 채반에 던져둔다. 불량 곶감은 애초에 토막을 내어 감말랭이를 만들었으면 귀감이 될 수도 ..
어제 진주에 있는 대형 마트 갔다가 득템했네요. 작년 홈쇼핑에서 5만원대에 팔고 남은 방한화를 1만5000원에 떨이하고 있어서 얼씨구나 하고 한 켤레 담았습니다. 지난 울 곶감 포장할 때 양말 두꺼운 것 두 켤레를 껴 신고도 발이 시려 고생했던 기억이 나서 앗싸~ 이게 웬 떡이야~ 했네요. 안 그래도 사려고 한 것..
금목서 꽃이 올해 대박이 났다. 앞마당에 금목서를 심은 지 어언 이십년이 다 되어 가는데 둥그런 수형의 나무 전체에 황금가루를 가득 뿌려놓은 듯 눈부신 금빛으로 꽃이 피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비가 와서 절정의 금목서 꽃을 한방에 떨어뜨리곤 했기에 올해도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고맙게도 올해..
어제 아침엔 침실 벽에 한 마리, 오늘 아침엔 컴퓨터방 벽에 한 마리, 이것들이 도대체 어디서 들어오는 지 알 수가 없네요. 구석구석 틈새란 틈새는 다 찾아 벽 시멘트로 바른다고 바르고 있는데 지네는 놓친 틈새를 찾아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쩌자고 들어오는 걸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내가 ..
두 아들이 장성하여 출가한 뒤로 그동안 생활비의 큰 몫을 차지했던 교육비가 안 들어가니 이제 시골 농부네 가계에 여유가 생기려나 싶었는데 뜻밖에 냥겔지수가 높아 수리수리마수리 도루아미타불이 되어버렸다. 고양이를 키워보니(모시고 살아보니) 개와 달리 돈이 많이 들어간다. 동물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마..
수리냥작 이야기를 책으로 내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걸 해보기로 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소비가 불확실한 상품을 펀딩하여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상품으로 출시하고 미달하면 없던 일로 하는 것이랍니다. (햐~ 세상에~ 이런 것도 있구나~ 잘 됐네. 책을 내어놓고 안 팔리면 출판사에 민폐만 끼치게 되..
펜션에 오신 손님이 체크아웃 하며 곶감을 사가지고 가시겠단다. 일행 8명이 객실 4개에 이틀 묵어가시며 귀감도 사가지고 가신다니 내 입이 열개라도 다 벌어지겠다. 근데 갑자기 사가는 건 아니고 사전 작업이 있었다. 첫날 손님이 곶감 덕장을 보고선 곶감도 만드냐고 살 수 있느냐고 물어보셔서 대봉곶감 ..
개는 충직하지만 고양이는 글쎄? 그렇지 않다. 뭐랄까? 고양이는 딱히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BC 17년(Before CatSuri) 우리 집에는 개가 다섯 마리 있었다. “코시야~ 이리와~” 하고 부르면 (코시만 불렀는데도) 다섯 마리가 한꺼번에 달려왔다. 선착순이라도 하듯 개들이 뛰어오면 나는 내심 뿌듯했다. 코시 코에..
다들 하고 있다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만들고 입점했다. 스마트하지 못한 농부가 스마트한 스토어를 만들기 위해 도움 받아가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에 내심 뿌듯했다. 들뜬 마음에 내 스토어가 어떻게 보일까 궁금해서 ‘곶감’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니 헐~ 내 스토어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나처럼(나보다 먼..
마스크를 쓴 농부 스물 몇 명이 함양농업기술센터 교육장에서 밤늦게 공부를 하고 있다. 농부학생들이 전문 선생님을 모시고 배우고 있는 것은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 상품 등록하는 법인데 코로나와 상관없이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기에 그야말로 주경야독을 한다. 그런데 주경은 다들 잘하는데 야독은 문제가 많..
영끌해서 아파트 사는 심정으로 영끌해서 오디오를 구입했다. 집에 오디오 기기가 없어 그동안 시디는 트럭에 붙어 있는 카오디오로 들었는데 이번에 하나 질렀다. 배달받은 상품 박스 포장을 개봉하며 아내가 ‘씰데없는 거’ 샀다고 할까봐 잔머리 굴리던 중 마침 유니세프에서 보내준 “Love unicef" 스티커가..
나는 굴비를 좋아한다. 노릇하게 잘 구운 굴비는 밥도둑이다. 그리고 굴비처럼 구부정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굴드도 좋아한다. 사람들은 그를 위대한 글렌 굴드라고 하지만 나는 한없는 애정과 존경을 담아 굴비 굴드라고 부른다. 영혼을 담아 부르는 그의 노래와 연주는 시간 도둑이다.굴드는 피아니스트이면서 지..
무농약 자두 먹는 법을 소개합니다. 블루베리나 아로니아처럼 약을 안 쳐도 되는 몇몇 과수 외 대부분의 과수는 약을 안 치면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자두를 약을 안 치고 먹는 요령을 알았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벌레보다 선수를 치면 맛있고 건강한 무농약 자두를 먹을 수 있습니다. 벌레가 잘 익..
하루 두 세 세 번 꼬박꼬박 사료를 먹고 틈틈이 고등어 캔 같은 간식을 상납받는 고양이가 사냥을 한다고 해서 사치스럽다고 새삼 흉을 볼 수는 없다. 고양이에게 사냥은 무의미한 사치가 아니고 유익한 스포츠다. 고양이도 살기 위해 먹는 거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닐 진데 먹는 것이 해결 되었다고 아무 활동도 ..
고양이는 노린내가 나서 집안에 들일 게 못 되는 고약한 동물이라고 알고 있었다. 내가 그 냄새를 직접 맡아본 적은 없지만 매년 곶감 깎을 철에 우리 집에 오시는 절터댁 할머니가 “함부로 키울 생각 말아~ 고양이는 노린내 나서 못써~”라고 여러 번 얘기하셔서 고양이는 냄새가 심하게 나는 모양이다고 믿게 되었..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데크 보수 공사하고 나온 폐자재로 이것저것 만들다 재미가 들어 장미 아치와 새집도 만들기로 했다. 올해는 정원에 장미들이 기대 이상으로 화려하게 피는 바람에 욕심을 내서 덩굴장미를 4품종 더 구입하게 되었는데, 이것들을 지지해줄 새로운 아치가 필요한 것이다. ..
유월 여름 폭염에 정원 장미꽃이 시들고 떨어지니 기분이 묘하다.지난 오월 행복했던 원인이장미 때문이었다는 듯사기가 떨어진다.정원을 장식했던 멋진 장미들이줄을 서서 가버리니아직 반 이상 남은 한 해가 다 가버릴 듯 아쉽다.하지만 늦게 시작해서이제 막 절정인 장미도 있다.이 장미를 보면 그나마 위안이 된..